기발표작/바다 천년의 바람 2017. 7. 19. 16:18
며칠 있으면 다시 부산의 학교로 돌아갈 아들과 같이 뱃길 완도 여행을 마쳤다. 여행 후 아들과의 배낚시 약속이 이어져 있던 터라 여행 후 피로를 핑계 삼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주 특유의 후텁지근한 더위가 아침부터 기승이다. 점심 겸하여 늦은 아침을 먹고 장비를 챙겨 아들과 법환포구로 향했다. 전날 동생이 알려준 줄삼치(제주말 십이가스) 출현 소식에 한껏 기대가 크다. 마음으로는 저녁에 식구 넷이 둘러앉아 올해 첫 십이가스 뎀뿌라(줄삼치를 얇게 썰어 밀가루 반죽을 입히고 식용유에 튀겨 먹는 제주도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으리라. 법환마을에 도착해 아버지 집에 들어서는데 시끌시끌하다. 어르신 세 분이 마당에 탁자를 놓고 막걸리 술자리가 한창이다. 낚시 장비를 내려놓고 술자리를 살피니 안주가 돼지족발이..
기발표작/바다 천년의 바람 2015. 7. 24. 11:14
새 오줌마냥 찔끔내리고 말던 장마도 이제 끝이 보입니다. 주말은 어떻게 그리 잘 아는지 태풍 낭카에 이어 이번 12호 태풍 할룰라도 토요일인 내일부터 영향권에 든다고 합니다. 제주도 오른쪽인 성산포 방향으로 접근해서 부산까지 올라가는 경로라 하는데 피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장마와 태풍이 가고나면 본격적인 여름에 들어섭니다. 여름 휴가기간을 맞아 제주도 여행을 생각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즐거우리라 생각했던 제주도 여행이 관광지 몇 군데 돌고나면 찌는 더위에 더 이상의 나들이가 짜증이 되는 일이 많습니다. 제주도 해안을 끼고 도는 올레길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보통 코스간 15km를 여름 한낮더위에 걷기란 오히려 고행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떠나온 제주도에서 다른 즐길 거리를 찾기도 ..
기발표작/바다 천년의 바람 2015. 7. 22. 13:14
추간판 디스크가 터지고서 한 달, 그리고 수술과 입원을 끝내고 한 달이 지나가니 정확히 두 달이 되었다. 퇴원후 회사에 복귀를 하고나니 집과 회사를 오가는 하루의 생활이 늘 반복이다. 습관은 반복으로 생긴다고 그랬던가, 복대를 차고 절름발이 걸음으로 불편하게 지내는 것도 이젠 적응이 되나보다. 복대없이는 허리쪽이 허전하고 언제 다시 쓰러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차고 다니는 것이 몸도 마음도 편하다. 퇴원하고 며칠쯤 지나 동생 부부가 집으로 찾아왔다. 양손에 들린 마트이름이 선명히 찍힌 비닐백을 보니 배불룩하게 맥주와 안주들이 들어있다. 말이야 형님 병문안이라지만 늘상 술벗해주던 형님이 병원에 입원해 있던 탓에 그간 못채웠던 술배를 채워볼가 하는 심산인게 분명하다. 역시나 들어오자 마자 거실 탁자에 술..
기발표작/바다 천년의 바람 2015. 2. 17. 14:16
산과 들이 좋아 마냥 쏘다니던 3년, 그 산행에서 보이는 야생꽃들에 매료되어 사진에 담기를 3년, 내친 김에 야생화 전문가가 되어볼 요량으로 전문교육을 받고 나름 독학도 하면서 언론사에 기사도 쓰기를 또 3년, 취미랍시고 발내딛고 갈아타기를 근 10년동안 해봤지만 현재 이룬 것이나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격이 진득하지 못하고 귀가 얇으니 그저 시류에 밀려 되는대로 시간을 갖다 바쳤으니 말이다. 시간 뿐이겠는가, 히말라야에라도 오를 태세로 온갖 등산장비를 사 모은 게 얼마며, 카메라에 들인 비용, 자연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들인 비용은 또한 얼마인가. 들인 시간이야, 그나마도 없었으면 얼마나 일상이 힘들었을까 생각하고 위안을 하지만 투자했던 그 많은 비용이 허깨비 마냥 사라져 버린 것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