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표작/일상 천년의 바람 2020. 8. 25. 14:44
30년 내 가장 빨리 시작되는 장마라는 예보는 빗나갔다. 이틀, 기세 있게 비를 뿌리더니 금세 불볕더위가 시작됐다. 6월은 바닷가 마을 사람들에게 하릴없는 날이다. 4월을 지나면서 겨울 끝 바람은 남풍에 밀려 사라지지만 바다는 겨울 냉기를 쉽게 벗어내지 못한다. 5월 한 달을 서서히 몸을 달구고 나서야 바다도 비로소 봄을 맞는다. 어렵게 맞이한 봄도 잠시, 태평양 멀리 장마전선이 생겨나면서 바다는 이내 궂은 모습으로 바뀐다. 해무가 수시로 피어올라 시야를 가리고 파도는 삼사일이 멀다 하고 높게 출렁인다. 사람은 없을 때 더 나누는 법이다. 바다에 나가지 못하니 자연히 수입이 줄고 덩달아 먹거리가 줄어든다. 모자라면 자기 손안에 더 품을 법도 하지만 바닷가 사람들은 서로 나눈다. 텃밭에 듬성듬성한 배추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