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에서만 자란다 - 섬잔대

오랜만에 한라산을 올랐다.
태풍의 영향인지 아래쪽은 아직 후텁지근한 여름날씨가 그대로인데 한라산엔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흐르는 땀을 빠르게 식혀주고 흐르는 등갈퀴꽃 여럿 품어 안은 계곡 물소리는 벌써 냉냉함을 품었다.

 

                               △엉겅퀴

 

사람도 한적한 길,
산행에 딱히 좋은 날이다.

산을 오를 때는 쉼이 많아야 한다.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하기 때문이다.
부지런히 정상만을 향해 올라가는 산행이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중간 중간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그 아래로 펼쳐진 아름다운 산의 모습에 심취하기도 하며 구더기처럼 가득차 머릿속에서 꿈틀거리는 헛된 생각들을 정리하자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이 이 또한 같지 않겠는가?

 

연변에서 온 할머니를 만났다.
부산의 한 대학에서 교수를 한다는 아들을 보러 온길, 아들내외를 따라 늙은 두 부부가 한라산까지 왔다한다.
이야기를 나누었더니 반은 듣고 반은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심한 연변사투리와 억양 때문이다.

 

                               △눈개쑥부쟁이


가을꽃이 피어있다.
아래쪽에서야 한여름 꽃이지만 한라산에서는 가을꽃이 된다.
눈개쑥부쟁이는 발걸음 하는 곳마다 자리하고 있고 둥근이질풀, 곰취들이 꽃으로 만발하다.

 

몇 걸음 같이 올라갈 쯤 해서 등산로 한 켠 절벽에 피어있는 보라색 꽃 무더기를 만났다.
할머니는 높은 산에도 도라지꽃이 핀다하며 놀라신다.
눈을 돌려보니 섬잔대다.

 

                               △섬잔대


섬잔대는 이름과 같이 섬에서만 자란다.
그렇다고 모든 섬에서 자라는 것은 아니다. 제주도 한라산에서만 자란다.

산아래 지역에서 섬잔대를 보았다 하지만 이는 모시대나 섬초롱꽃을 잘못 본 것이다.

섬잔대가 속하는 초롱꽃과는 전세계에 50속 650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8속 13종이 자란다.
얼핏 보면 모두가 비슷한 모양이니 그 오해와 혼동을 이해한다.

 

꽃모양을 잘보자
20센티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며 줄기끝에 보라색으로 1개의 종모양 꽃이 피는데 간혹 가지가 갈라져 여러개가 피기도 한다. 여러해살이풀이며 잎은 어긋나 있고 알모양의 타원형이다.

 


섬잔대를 보고 할머니와 헤어졌다.
걸음이 늦은 할아버지를 기다린단다.

거짓말일 것이다. 산행 처음 만난 때부터 할머니는 빠른 걸음으로 혼자서 먼저 걸어 올랐던 때문이다.
아마 섬잔대를 할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음일 것이다.

 

“령감, 이 꽃이 무슨 꽃임메”
“도라지꽃이 아니겠어”
“틀렸지비. 섬잔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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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찌바라기
    2015.04.29 09:50

    다시봐도 도라지꽃 같은데요...

    이글을 썬맘이 안봐야 저도 아는 척 할텐데요...ㅎㅎ

    • 2015.04.29 15:32 신고

      가을 한라산에 오르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주 귀엽고 앙증맞지요.
      썬맘님이 보시면 아마 자리를 못뜨실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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