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가 물고기 씨를 말린다고요? <1편>

두 형제가 물고기 씨를 말린다고요? <1편> - 정작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따로 나와 살지만 고향인 법환동 포구에는 여전히 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다. 나이 칠순을 세해 넘긴 연세에도 정정하게 어선 한 척으로 아직까지 어업에 종사하면서 따로 가계를 꾸려나가신다. 지금은 어선들이 먼바다 조업을 목적으로 워낙 대형화 된 탓에 4.95톤의 무게와 몸체를 가진 아버님의 광진호는 포구앞 가까운 바다에서 조업을 할 수 밖에 없다.

 

▲ 4.95톤의 광진호. 아버님께서 평생을 운영하신 작은 어선이다.

 

아버님의 주어종은 '자리돔'이다. 가끔 TV에서 제주도 해양생태 프로그램을 내보낼 때면 비춰지는 희검은 색으로 붕어모양의 작은 물고기인데, 제주도에서는 그냥 '자리'라 부른다. 제일 작은 것은 젓갈용으로, 중간 크기의 부드러운 것은 물회로 쓰고 큰 것은 구이용으로 쓰이며 제주인들이 가장 즐겨먹는 생선이다. 이 자리돔은 정착성 어종으로 제주도 근해에서 연중으로 잡히지만 어획량이 많은 4월에서 9월까지만 조업을 한다. 물론 그 밖의 시기는 자리돔이 맛이 떨어지고 주로 날것이나 물회로 먹는 탓에 시원한 맛도 겸한 음식으로는 팔리지 않으니 조업시기가 이렇게 고정된다.

 

자리돔 잡이는 새벽에 출항해서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에 끝이 난다. 잡아온 자리돔은 포구바닥에 내려놓고 선별을 거쳐 몇몇 마을분들께 소매를 하고 나머지는 중간상인에게 전량 넘긴다. 처리가 모두 끝나면 선원들은 포구에 붙어있는 아버님댁으로 와서 늦은 점심을 하게 되는데 그날의 조업상황이며 벌이에 대한 이야기등 누구가 먼저랄 것 없이 말이 오간다. 뱃사람 특유의 높고 거친 목소리들이니 식사자리는 한바탕 시장 한복판 같이 시끌벅적하다.

 

▲ 자리돔은 4월부터 9월까지 조업을 한다. 모선에서 앞뒤로 그물을 펼쳐 내리고 자선 2척이 양끝을 끌고 나가 펼친후 바다 아래로 내린다. 자리돔떼가 그물 위를 지나갈 때 선장의 신호에 따라 일제히 그물을 당겨올려 잡는다.

 

작년 여름이 한창인 8월쯤인가 보다. 아버님댁에 들렸더니 으례 시끄러운 점심식사 자리가 펼쳐져 있었다. 썰어놓은 자리돔 회를 몇마리 얻어먹고 주위를 오다가다 하고있는데 문득 귀를 잡아끄는 이야기가 들렸다. "왜 선장은 매번 자리(돔)를 잡다가 중간에 접고 돌아옵니까? 오늘도 계속 했으면 두배는 더 잡았을 건데." 매일 만족할 만한 어획량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일 편차가 심한데 모처럼 많이 잡히는 날 중간에 그물을 걷고 와버린데 대한 일종의 항의표시다. 물론 그럴 것이 그날 잡은 자리돔을 판매한 총금액을 정해진 비율(당일 매출을 6:4로 나눠서 6은 선주에게 나머지 4는 선원들이 같은 금액으로 나눠가진다)에 따라 현장에서게 나눠주는 일급제이니 선원들이 당일의 어획량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선원분의 항의성 이야기에 모두들 하던 말들을 멈추고 동의하는 표정으로 선주이며 선장인 아버님의 답변을 기다린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밖에서 서성거리던 나 또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 자리(돔)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다 이 앞바다에 머물러 있는데 오늘 못잡으면 내일 잡고, 내일 못잡으면 모레 잡으면 되는 거지, 오늘 잡힌다고 다 잡으면 뭐할 건가?" 자리돔이 정착성 어종이니 언제나 법환포구 앞바다에 있으니 일일이 나눠잡자는 말씀이시다. "그래도 오늘 많이 잡힐 때 가득 만선으로 잡아오면 다음 안잡힐 때를 대비해서도 수입이 되잖습니까? 많이 잡힐 때 가득 잡아서 팔아 일급을 넉넉히 받아놔야 뒷날 어획이 좋지 않을때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냐는 항변인데 이건 내가 들어도 이치에 맞는 말이다. 또다시 아버님의 대답이 기다려진다.

 

▲ 자리돔. 주로 물회로 만들어서 먹고 큰 것은 구이용, 작은 것은 젓갈을 만드는데 쓰며, 제주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생선이다.

 

"오늘 많이 잡힌다고 가득 잡아오면 중상(자리돔을 도매로 사가는 중간상인을 이렇게 부른다)이 자리(돔) 값을 후려칠 거고 선별하는 것도 더 까다롭게 할거고, 그러면 많이 잡아봐야 매출은 별로 오르지도 않잖아, 그럴거면 뭐하러 더 고생하고 비용들이며 더 잡아오느냐고. 적당히 잡아서 값 잘받고 파는 게 낫지." 자리돔 도매값은 그날의 조황시세에 따라 달라진다. 현장에서 자리돔 어획량과 크기,선도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니 많이 잡아와도 중간상인과 흥정이 안되면 수입이 크질 않다. 더우기 중간상인이 제시하는 가격에 매수를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잡아온 자리돔은 순간에 어물전 쓰레기가 되버린다. 잡아온 량 전부를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판매(소매)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도 들어보니 맞는 말이다. "그래도 조금 잡아오는 것보다는 많이 잡아서 흥정가격이 내려가더라도 1,2만원이라도 우리가 더 벌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이쯤되면 누구의 입장이 옳은지 분간이 서질 않는다.

 

▲ 잡은 자리돔을 포구에 내리면 크기에 따라 선별을 한다. 선별과정에서 전량도매하는 중간상인과의 밀고당기는 신경전이 벌어진다.

 

이때 모든 말에 종지부를 찍는 아버님의 말씀이 계셨다. "1~2만원 더 벌어서 뭐할건가? 적당히 잡아와서 중상하고 흥정할 때 큰소리 내고, 일찍 들어와서 오후는 편히 쉬어 좋고 오늘 놔둔 자리(돔)는 내일 또 잡으면 되고, 결국 자리장(자리돔 시장) 끝날 때까지는 그 수입이 그 수입인거지. 바다물고기도 살려두면서 잡아야 돼. 잡힌다고 한 번에 다 잡아버리면 다음부터는 뭐 잡고 사나?" 정말 명쾌한 답변이다. 생산자인 어부가 주가 되는 시장거래와 지속적으로 어업을 할 수 있게끔 어족자원을 남획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국토해양부장관의 입에서나 듣던 말씀이신데 평생 어업을 업으로 살아오신 아버님께서 하시는 말씀이시니 이건 차라리 어록급이다. 그 말씀을 끝으로 논란은 정리가 되고 다시 중구난방 왁자지껄 이야기가 흐르더니 한둘 자리를 뜨면서 이날은 마무리가 됐다.

 

▲ 쏨뱅이 한마리가 낚여 올라왔다.

 

한 주쯤 지나서 배낚시를 가볼 생각으로 다시 찾은 아버님댁. 자리돔잡이가 끝나서야 자선(광진호 모선에 딸린 보트로 자리돔을 잡을 때 그물을 좌우편에서 끌어펼치고 당기는 역할을 하는 두척의 작은 배)을 쓸 수가 있으니 이날도 점심식사시간을 맞춘 오후 2시경이다. "낚시하러 오는구만." 낚시대와 가방을 들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식사거리를 준비하던 선원 한 분이 말을 건낸다. "네" 하고 살짝 미소를 보이며 대답을 했다. "너네 두 형제가 막숙(법환포구의 옛지명인데 포구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물고기 씨를 말린다며~ 좀 작작 잡아라. 어민들 굶어죽겠다." 바다날씨가 좋으면 2~3일에 한 번씩 낚시를 가는데 횟수도 그렇거니와 잡아오는 양이 많다고 이런 저런 이야기가 돌면서 농담반 섞어서 하는 말이다. 아무리 농담이라지만 살짝 억울한 마음이 든다. "무슨 우리가 다 잡는단 말입니까? 땜마(지선보트)로 낚시대 들고 둘이 가서 잡아봐야 얼마나 잡는다고요. 정작 씨 말리는 건 여기 ㅇㅇㅇ호하고 옆 마을에 ㅇㅇㅇ호 아닙니까? 그 배들이 우럭(쏨배이) 주낙낚시로 하루에도 2백,삼백마리씩 싹 쓸어간다며요." 살짝 언성을 높이며 대꾸를 하니 질세라 더 큰소리로 치고 들어온다. "그런데 니네들까지 가서 쓸어오니 고기가 씨마르는 거지." 이쯤되면 농담이 아니다. 이젠 막 가야 된다. "그러면 우리마을 바다에 고기를 보호해야돼서 우리는 낚시도 안되고 다른 배는 가서 하루종일 주낙으로 우럭이고 어랭이(용치놀래기)고 다 낚아가도 됩니까? 그 주낙배에다가 이야기 해야지요. 적당히 잡아가라고." 선원은 지지 않고 또 올려부친다. "너네는 어부가 아니잖아!" 생업수단으로 낚시를 하는 어업인이 아닌 그저 취미로 하는 녀석들이 바다에 와서 고기를 낚는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버님 어선은 자리돔만을 잡기 때문에 쏨뱅이나 용치놀래기는 조업대상이 아니라서 그리 민감할 필요가 없을텐데 알고보니 이유가 '어부가 아님, 우리편 아님'에 있는 것이다. '살려두면서 잡자' 라는 아버님의 그전 말씀에 대한 보복이기도 하고.

 

▲ 한번 배낚시를 나가서 평균 이 정도를 낚는다. 쏨뱅이 5~6마리, 나머지는 흔한 용치놀래기가 전부다.

 

사실 법환포구 앞바다의 물고기는 임자가 없다. 자리돔과 겨울철에 방어,부시리를 낚는 아버님 배를 빼고는 모두 관광유어선으로 낚시꾼이나 스크버다이버을 싣는다. 그러니 평소에는 자리돔 외에 조업을 하는 배가 전무하다. 자리돔을 뺀 모든 어종은 무주공산인 셈인데 이 틈을 노리고 이웃 마을에서 주낙 전문배가 법환포구 앞바다를 주무대로 연승어업(주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주낙어업은 굵은 1~200미터의 원줄에 1~2미터 간격으로 낚시 목줄을 매고 바늘을 달아 미끼를 끼운 후 직선으로 바다에 던져넣어 낚는 어법이다. 1~200미터의 원줄세트가 한 상자에 담기는데 이런 상자를 50개, 많게는 100개도  실고 다니며 어군탐지기로 탐색한 후 그 지역에 평행직선으로 전부 던져넣고 두 세시간후 끌어올리는데 이때 물려 올라오는 어종들이 쏨뱅이,용치놀래기,능성어,장어 등 고등어나 오징어 생미끼에 반응하는 모든 락피쉬들이다. 이렇게 포구 근해 앞바다에 어군탐지기에 잡히는 지역은 하루에도 네다섯번 던져놓으면 일대의 물고기들이 남아나질 않는 것이다. 특히 이런 락피시 어종들은 정착성이어서 한번 그 구역을 싹쓸이 하면 아예 씨가 마를 수도 있는 것이다.

 

▲ 쏨뱅이 주낙. 어군탐지기로 위치를 확인한 후 그 일대를 집중적으로 투하하여 2~3시간 단위로 낚아올린다. 주낙낚시를 놓았던 곳은 쏨뱅이의 흔적도 없다. 모조리 이 주낙낚시에 걸린 탓이다.

 

포구에는 이외에도 마을민들이 운영하는 레저용 어선들이 몇척이 있다. 이들이 심심풀이 겸 반찬이나 잡아볼까 하여 배낚시를 가는데 예전과는 달리 잡히는 물고기가 줄어드니 그 이유를 신씨집 두 형제에게 돌리는 탓일 것이다. 주낙도 아니고 낚시대 달랑 하나씩 들고 어군탐지기도 없이 적당한 곳에 배를 세운후 조류에 따라 흘러가면서 낚아봐야 하루 20~30마리를 넘지 않는다. 그것도 용치놀래기를 빼면 쏨뱅이는 5~6마리면 많이 잡는 것인데 이것을 가지고 싹쓸이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니 억울한 마음이 크다.

 

'우리편 아님'까지 갔으면 더 이상 대화를 나눠봐야 소득이 없을 터.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며 낚시장비를 챙기고 있는 동생에게 재촉하여 바다로 나섰다. "뭘 우리가 고기 씨를 말린다는 거야? 정작 범인은 따로 있는데, 아마 오늘도 나와서 씨 말리고 있을거야. 저 ㅇㅇㅇ호"

동생은 아무 답변없이 형의 푸념말에 미소로만 답하고 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들었다. 쏨뱅이 씨말리는 두 형제의 억울한 마음도 희미해져갔다. 날이 지난 것도 그 이유지만 지깅낚시로 전향을 한 탓에 더 이상 그런 이야기는 들을 필요가 없었다. 평화로운 낚시형제의 나날이 이어졌다. 그런데 싹쓸이에 대한 입장을 바꾸는 사건이 벌어진다. 역지사지였다. 이른바 '우리 땅에 왜 왔니 왜 왔니?' <2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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