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생각없이 흔들어야 낚인다

■ 때로는 생각없이 흔들어야 낚인다 - 초보자가 더 잘낚는 이유

 

이름이 지수인 딸아이 하나가 있다. 지수에게는 매일 저녁과 아침에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바다날씨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잠잘 시간도 부족하던 고3 생활이 끝나고 3월 대학입학을 기다리는 동안 길기만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고역인 모양이다. 어느날부터 아빠가 좋아하는 낚시에 대한 관심을 보이더니 틈 날 때마다 배낚시를 가자고 졸라댄다. 

 

겨울 바다날씨는 거칠다. 우선 낮은 기온이 문제이고 파도,바람,수온이 다른 계절에 비할 바 아니니 좋은 기상을 골라서 간다해도 한달에 두세번이 어렵다. 지수를 보고 바다낚시, 특히 배낚시는 기상이 좋아야 하는데, 작은 보트로 나가는 것이니 파도높이(파고)는 2m를 넘지 않아야 되고 바람은 초속 10m 이상이어서는 힘들며, 수온은 15˚c 이상이 되어야 가능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스마트폰에 설치해둔 바다날씨 어플로 확인하는 방법까지 가르쳐주었다. 그날 이후로 잠자기전과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아빠의; 스마트폰으로 바다날씨를 확인한다.

 

한동안 궂은 날씨가 계속되다가 2월 중순에 들어선 어느날. "아빠, 내일 낚시 갈 수 있어." 바다날씨 어플을 확인한 지수가 아빠에게 신이 난 목소리로 말을 한다. " 그래? 날씨가 어떤고~" 물으니 "파도 1~2m에 최대풍속 10m야."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이제는 도리없다. "그래, 내일 오후에 나가보자." 하고는 간단히 낚시장비를 정리하고는 참을 청했다.

 

역시 다음날 아침은 날씨가 봄날 같았다. 물론 바다상황은 좀 다르겠지만 바람없고 하늘이 파랗게 쾌청하니 근래 이만한 날이 없었다. 늦은 아침을 챙겨먹고 낚시장비를 챙겨서 법환포구로 차를 달렸다. 하지만 월드컵경기장을 지나 법환포구로 향해 달리다 보이는 앞바다의 상황은 그리 녹녹치 않아보였다. 먼바다쪽으로 하얀 파도포말이 희끗희끗 보이는 것이 바람과 파도가 세차다는 것. 지난밤 연락받고 기다리던 동생과 만나서 의논을 한끝에 일단은 출항하기로 했다. 비교적 잔잔한 포구 바로 앞쪽에서 낚시를 하다가 기상상황이 나빠지면 들어오는 것으로.

 

 

닻을 풀고 보트 뒷쪽을 고정했던 앵커를 걷어들였다. 구명조끼도 매듭을 단단히 동여매고 출발했다. 포구 방파제를 바로 벗어나니 파도를 헤치고 나아가는 보트에 제쳐진 파도가 센 바람을 타고 배안으로 치고 들어온다. "괜찮아? 겁나지 않아?" 치고들어오는 파도를 피해 갑판쪽에 웅크리고 있던 지수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괞찮아, 재밌는데~" 말을 듣고도 괜히 데리고왔나 후회가 되기도 하는데 보니 걱정할만큼 위험한 기상은 아니라 계속 보트를 몰았다. 법환포구 앞바다 동쪽에는 '남해'라 부르는 만처럼 둥글게 들어간 해안지형이 있다. 서귀포항에서 시작된 주상절리 해안절벽이 '남해'까지 이어지는데 천연 방풍벽 구실을 해서 이 앞쪽 바다는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파도가 덜하다. 그곳으로 보트를 조종했다.

 

그래도 눈 어림짐작으로 파고가 최고 3m는 넘는 상황. 지수를 안전한 보트 중앙갑판에 앉히고 낚시채비를 연결했다. 파도가 세니 인치쿠 120g을 달고 그 위로 광어시즌에 맞게 와이드갭훅에 분홍색 웜을 달았다. 베이트릴 작동법과 채비투입·회수, 저킹과 랜딩요령을 설명해 주고 지수에게 채비를 건내주었다. 나 역시 지수와 같은 인치쿠지깅으로 채비를 하고 동생은 슬로루지깅으로 부시리를 노리며 낚시를 시작했다.

 

저크는 낚시인마다 다르고 그 방법도 수십가지가 있겠지만 선상낚시의 가장 기본적인 액션은 3가지에서 시작된다. 하이피치 쇼트 저크, 페달저크, 원피치 원저크가 그것인데 하이피치 쇼트 저크는 릴 핸들을 올리면서 낚시대를 같이 올려준후 낚시대를 내리면서 핸들을 2~3회 감는 방법으로 빠르고 일정한 속도로 액션을 주는 것이다. 페달저크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 것처럼 낚시대를 내리면서 릴핸들을 위로 감고 낚시대를 올리면서 릴핸들을 아래로 감는 액션이다. 원피치 원저크는 낚시대를 한 번 올릴때 릴핸들을 한번 감는 것을 연속적으로 하는 액션이다. 하이피치 쇼트저크는 부시리나 방어에게 효과적이며 나머지 두개의 액션은 중층의 회유어나 저층의 록피쉬들을 노리기에 적합한 슬로우지깅,인치쿠,타이라바에 적용하는 액션이다.

 

 

동생은 하이피치 쇼트 저킹으로 힘차고 부지런한 액션으로 부시리를 유혹하고 있고 나는 원피치 원저크 방식으로 낚시를 시작했다. 낚시 초보인 지수는 서툴지만 아빠가 가르쳐준 원피치 원저크 액션을 주고있다. 하지만 거친파도에 몸을 이리저리 가누면서 수평을 잡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 얼마가지 않아 지수는 팔이 지친 듯 액션에 힘이 떨어진다. "지수야, 부지런히 쉬지않고 해야 고기가 문다." 지수에게는 작은아빠인 동생이 한마디 한다. "지치면 줄을 다감고 올려서 좀 쉬다가 다시 내려라." 아빠도 염려스러워 말을 거드는데 괜찮다고 천천히 해본다고 대답을 한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가지만 입질은 전혀 없다. 어군탐지기도 없이 작은 보트로 기동력 하나만 믿고 감에 의존하거나 사전에 아버님께 들은 시기별 포인트를 찾아 배흘림 낚시를 하니 그리 조과가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한 시간 정도면 한 두마리 정도는 낚아올렸는데 이날따라 입질조차 없으니 그간 지수에게 떠벌린 조과에 대한 포장이 낱낱히 벗겨지고 있었다. 풍파가 세니 예전처럼 포인트를 옮길 수도 없는 상황에 답답한 시간만 흘렀다. 힘 좋은 동생은 여전히 흐트러짐없는 액션으로 저킹중이고 나는 쉬었다 저킹했다를 반복하는데, 지수를 보니 낚시대 흔들 힘도 없는지 고개를 숙인채 그저 릴을 감고 풀기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람과 높은 파도에 흔들리기도 힘든데 성인도 힘든 정해진 액션이 나올 수는 없는 일이다. 

 

 

"어어~ 아빠, 뭐 물었다." 한 시간 정도가 더 흐르고 그만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 무렵 고개를 들고 낚시대를 올려잡는 지수. "천천히 올려라. 고기 낚시바늘 빼진다." 흥분을 가라앉히게 하고 랜딩을 보니 낚시대 휨새가 그냥 잡고기는 아니고 능성어나 월치(달고기) 정도는 될만했다. 자랑스러운 함박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랜딩에 성공하고 올려진 고기를 보니 능성어다. 제주도에서는 구문쟁이라 부르는데 최고급어종인 다금바리와 많이 닮아서 예전에는 횟집에서 속임수 판매도 많았던 어종이다. 크기를 보니 25cm 내외. 지깅에 주로 낚이는 일반적인 사이즈보다는 크게 모자란다. 하지만 낚시 생초보인 지수가 낚아올린, 그리고 이날 두어시간의 첫 어획이니 그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야~ 우리 지수 대단한데."  아직도 랜딩의 여운이 남은 지수에게 작은아빠의 칭찬에 덧붙여 한마디 더 부추겨준다. "어떻게 낚았어? 아빠하고 작은아빠도 오늘 꽝인데" 궂은 날씨에 멀미도 않는 것이 대단한데 능성어까지 첫조과로 낚아내니 칭찬이 모자랄 판이다. "뭐 그냥 줄 감다가 힘들면 멈추고 또 감고 내리고 하다보니까 팍 물던데." '타이라바도 아닌 인치쿠에 단순 릴링으로 낚아내다니 참 모를 일이다. 그것도 일정속도도 아닌 맘대로의 릴링이었는데 말이다.' 생각을 속으로 삼키며 이제부터 낚시가 될런가 하고 열심히 낚시에 몰두했다.

 

 

"아빠, 또 물었어! 이번엔 좀 작아." 지수가 연이어 두번째 입질을 받았다. 릴을 감아올려보니 중간씨알의 쏨뱅이다. 제주우럭이라 부른다. 일반적인 우럭인 조피볼락과는 형태나 색깔이 아주 다르지만 회나 탕으로나 그 맛은 우럭이 넘보지 못할 만큼 좋다. 역시 기준없는 맘대로의 저킹에 물린 것이다. 물고기들이 오늘 거친 파도에 정신들이 흐렸나? 그래도 기준저킹에 입질이 없으니 지수가 하는 맘대로 저킹도 낚시를 위한 하나의 방법이겠다 싶어 나도 저킹없이 단순 감아올리기로 바꿨다. 하지만 역시 입질은 없다.

 

지나간 시간 두시간과 이후 세명이 입질 하나 못받은 두시간을 합해서 총 네시간. 점점 거세지는 바람과 파도를 뒤로 하고 뱃머리를 포구로 돌렸다. 낚시하는 내내 걱정이 되셨는지 아버님이 포구 방파제에 나와 계셨다. 앵커를 놓고 닻줄을 던져 배를 고정시키고 하선. 돌아온 아버님 댁에서 단 두마리뿐이지만 매운탕을 끓여냈다. 이런때는 적은 양으로 조리한 음식이 맛이 있다. 원래 귀한 것이 맛이 좋게 느껴지는 법이다. 그렇게 지수와 함께 한 반나절의 낚시는 끝이 났다.

 

 

낚시에는 어느정도의 기준이 있다. 예로부터 쌓여온 경험적 지식과 이론적 지식을 합하여 가장 효과적인 방법들을 우린 배우고 몸에 익힌다. 물때와 기상, 계절별, 그리고 어종별로 가장 추천되는 방식, 이를테면 바닷물이 탁할 때는 어두운 지그를 써라, 입질이 없을 떄는 아주 느린 저킹을 하라, 학꽁치가 많이 나는 가을·겨울철에는 롱지그를 써라 등등처럼 낚시대를 흔드는 저킹에도 기준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표준적 저킹이 100% 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는 다섯시간, 여섯시간을 상황기준에 맟춘 저킹액션에도 입질이 전혀 없는 경우도 숱하게 많다. 그럼에도 우리는 머리에 꾸겨넣은 방식들을 지속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지수의 낚시처럼 이러한 기준을 따르는 저킹이 전혀 필요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저 정해진, 일률적인 저킹이 아닌 맘대로의 저킹에 입질이 오는 경우도 많다. 물고기의 습성을 따른 방식이긴 하나 물고기도 살아있는 생물인지라 어디 정해진 액션에만 반응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때로는 무심한듯 흔들어대는 맘대로의 저킹도 필요한 것이다.지금은 군생활을 하고 있지만 2년전쯤 아들을 데리고 배낚시를 간적이 있다. 간단한 낚시법만을 알려주었는데도 고급어종들을 줄줄이 낚아올렸다. 역시 서툰 액션으로 이룬 조과다. 마치 카드놀이나 화투를 칠 때 처음 치는 사람이 계속 이기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말이다.

 

 

마음의 문제도 있다. '어제는 다섯마리를 낚았으니 오늘은 열마리를 올려보자, 그제는 50cm를 끌어올렸으니 내일은 미터급을 올려보자.' 욕심은 끝이 없이 커진다. 어제 많이 낚았으니 오늘은 두마리만 낚자고 마음먹지는 않는다. 이러한 커지는 욕심으로 낚시가 흔들린다. 장비를 더욱 고급화 다양화 시키고 전문서적을 탐독하며 그 목표를 향해 총매진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조과가 없는 날이 많다. 우선 마음을 일정정도는 비워주는 게 좋겠다. 천천히 하자는 것이다. 지금 가진 장비도 100% 활용을 못하는데 무엇을 더 해보겠다고 앞선 길로 들어서는 것인가? 바다는 넓고 물고기 자원은 생각보다 많다. 다른 낚시꾼들이 보여주는 대물과 그것을 낚아올린 장비와 액션에 혹하지 말고 천천히 단계적으로 간다는 생각으로 나만의 낚시스킬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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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2015.04.28 09:22

    비밀댓글입니다

  • 2015.04.28 10:51 신고

    사는 모습 보시랬더니 글까정~ ㅎㅎ
    다음달이면 5월이구만요.
    보트 몰고 낚시 갈까요?
    5/5과 5/9~5/10,5/17, 5/23~5/25, 5/31 가능합니다.

  • 2015.04.28 17:58

    비밀댓글입니다

    • 2015.04.28 18:06 신고

      연휴때 오시는구만요..
      부처님 오신날 괴기를 잡고 벌받을진 모르겠으나..
      썬맘님과 서현이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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