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이나 잡자고~ 꿩대가리는 아무때나 맞나?

다섯 오누이중 막내로 유일한 남동생이 하나 있다. . 동생과는 형제라는 관계를 포함한 세가지 공통분모랄까 관심사가 있었다. 아홉살 터울로 늘 어린아이 다루듯 해왔지만 동생이 결혼을 하고 자식들까지 낳으면서는 어른으로서 존중을 해줘야 되는 처지가 되었다. 또 지역은 다르지만 같은 회사를 다니면서 겹치는 일상이 많았는데  작년 봄에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오면서 이 또한 공통주제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러고나니 남은 건 딱 하나, 낚시밖에 없다.

 

지금이야 잠자리에 누워서도 천장을 바다삼아 낚시대를 드리우지만 지난 봄, 본격적인 낚시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남는 시간이나 축내고 집사람 눈을 피하자는 목적이 컸다. 그러한 도피성 낚시에 항상 같이 해준 이가 바로 동생이다.

 

어려서야 동생이지 아무리 나이 차이가 많이 있다 하더라도 40을 넘어서면 그게 그거다. 지식으로도 경험으로도 별반 격차가 없어진다. 다 고만고만한 사회 울타리안에서 사는데 형이란 사람이 나아지면 얼마만큼 나아지고 배운다면 어디까지 배우겠는가. 머리는 나빠지고 배움의 속도는 느려지며 결국 밑천이 드러나니 허세부리지 않고 같은 세대인양 어울려 노는 게 편하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면 좋은데 낚시로 가면 위아래가 바뀐다. 우선 체격부터 처진다. 태생적으로 큰머리에 나잇살 먹은 뱃살, 그리고 그놈의 삼시세끼 영양분은 왜 팔과 다리로는 가질 않는지 학다리 같은 사지를 갖고 있는 ET체형의 형과는 달리 동생은 체격이 다부지다. 유전이겠지만 얼굴은 형마냥 큰데 이녀석은 둥글지 않고 위아래로 길다. "얼굴 한번 볼려면 이문세는 일박이일, 너는 이박삼일"이라고 늘상 놀려대지만 훤칠한 키와 팔다리에 붙은 단단한 근육, 그 두께를 바탕으로 한 모습을 보면 한참을 기죽어야 한다. 체격조건이야, 선천적 조건이 90% 인 탓에 후천적으로도 어렵다고 우기면 된다지만 형제사이 공통의 취미인 낚시에서는 이마저도 어렵다.

 

 

"봉돌을 바닥에 찍고 30cm 올린후 고패질 하면서 바닥을 좌우로 훑으라고요~." 연이어 대어급 우럭을 낚아 올리던 동생이 손바닥 정도되는 용치놀래미 몇마리 올리고선 짜증을 내는 형에게 하는 말이다."하고 있잖아~ 그런데 밑만 걸리고 고기는 안물잖아." 분명 동생이 하는 낚시법을 보고 따라 하는데도 잘 물어주질 않는다. 바닥을 끌다보니 낚시바늘이 바닥암초에 걸려 끊어내기 일쑤이다 보니 짜증만 밀려온다. "바닥을 훑으라는 게 그냥 끌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들었다놨다 하면서 끄는 거라고~" 말을 하면서도 계속 입질을 받고 고기를 낚아 올리는 동생을 보니 슬쩍 화가 올라온다. "근데 왜 형에게 큰소리냐?" 내지르고 나면 그 이후론 둘다 침묵모드로 돌입한다. 낚시를 마치고 나면 광주리는 다 들어찼는데 실적은 9대1 정도, 포구로 돌아오는 배 안에서 해지는 저녁바다 풍경이나 카메라로 담으며 속을 달랠 뿐이다.

 

"법환바다 고기는 두 형제가 다 잡아버리는구만." 저녁이 되면 어선 선주인 아버님집에 술 한 잔 할까 동내사람들이 한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아직 이웃집들과의 살가운 정들이 남아있는 촌락이라 오는 사람 마다않는 아버님댁에는 늘상 저녁 술자리가 펼쳐진다. 잡아온 고기를 쏟아 놓으면 한마디씩 내뱉는 말들이 그렇다. "다 제가 잡은 겁니다. 형은 세마리~?" 이때 동생이 또 한 번 속을 끓어놓는다. "형이 동생보다 당초 못하네, 영배는 어부해도 먹고 살거라." 옆에 있어봐야 속만 더 뒤집어질뿐 이로울 게 없겠다 싶어 슬그머니 마당 구석으로 옮겨 애꿎은 담배나 줄이어 피는 수밖에.

 


 

그래도 형제의 낚시는 계속됐다. 자존심이 상해도 딱히 할 일없는 하루를 보내자니 이만한 것이 없는 탓이다. 그러던 중 몇달이 지나고 여름이 되면서 상황이 순식간에 뒤바뀌게 되었다. 동생이 더이상 우럭낚시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을 한 것이다. 선언의 내용은 '쏨뱅이,용치놀래기 낚시는 이제 지겹다. 이제부터 지깅낚시라는 것을 해보겠다. 형도 할려면 투자해라' 이것인데 그때까지만 해도 지깅이 뭔지, 에깅이 뭔지,지그가 뭔지,에기가 뭔지, 백짓장이었던 나로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라 대꾸도 하질 않았다.

 

동생은 선언대로 그 이후 낚시부터는 채비를 만들지도 않고 고등어 미끼를 준비하지도 않았다. 지그라 불리는 쇠막대기 같은 걸 가득 담은 통을 보여주면서 이제 큰고기만 상대한다 했다. 하지만 자신있던 선언과는 달리 조과실적은 없었다. 여전히 생미끼 우럭낚시를 고집하는 나는 경쟁상대가 없으니 물 아래 고기가 모두 내것인양 낚아올렸고 동생은 낚시시간 내내 낚시대만 위아래로 힘내어 들어올리다가(저킹) 한마리 건져보지도 못하고 낚시를 접었다. 돌아온 아버님집에서의 평가들은 반전됐다. "역시 큰아들 답다. 동생은 쇳덩이만 흔들다가 형 잡아온 것만 얻어먹나?" 핀잔이 쏟아지는데 동생은 오히려 당당하다. "나중에 보십시오. 이 낚시법 배우고 익숙해지면 그때는 다들 회 한번 썰어먹자고 난리칠 걸요." 그도 그럴 것이 그때까지만 해도 법환포구에는 지깅낚시란 것이 보급이 되지않은 때였고 지깅전문 배낚시 어선도 없으니 모두에게는 생소한, 격하게 나가면 미친 짓하는 것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동생이 지금 법환포구 어부들에게 지깅낚시를 처음 선보인 것이나 어느정도 지깅포인트까지 정리해 놓은 선구자라 할 만하다.

 

 

그 이후 몇번의 낚시에서도 여전히 허탕만치던 중 8월 중순쯤 하여 드디어 쇠막대기에 고기가 걸려들었다. 능성어에 줄삼치,방어,부시리까지 간간히 낚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 보라며 큰소리 쳐도 내가 보기에는 매번 허탕이나 마찬가지였다. 몇번의 조과후 역시 꽝실적으로 돌아온 저녁시간. 늘 그래왔듯이 잡아온 쏨뱅이로 탕을 끓이고 용치놀래기로 구이안주를 마련해서 술 한잔을 준비한 자리. 거나해진 동생은 지깅낚시에 대해 다시 열띤 웅변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지깅낚시의 파워, 매력, 사나이의 스포츠 등등.. 슬슬 듣기가 짜증스러워진 내가 동생의 말을 끊어세우고 조금은 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전에 조남준화백이 한겨레21에 시사SF라는 만화를 연재 했었단다. 그 중 내가 정확치는 않지만 기억나는 내용이 있는데 잘 들어봐라. 한 농사꾼이 있었어. 그 농사꾼은 닭을 키우고 있었는데 어느날 산길을 가다가 저 멀리 꿩 한마리가 보이는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돌을 들어 힘껏 꿩에게 날렸지. 그런데 날아간 돌에 정확히 꿩이 맞은 거야. 이건 정말 운이었지. 그런데 이 농사꾼이 잡은 꿩을 시장에 내다팔았는데 엄청난 가격을 받은 거야. 닭을 키워 파는 것은 조족지혈인거지. 모이 먹이고 시설 갖추고 매일매일 관리하고 팔아봐야 인건비나 건지는 닭사육에 비하면 쇼킹한 거지. 그래서 이 농사꾼은 생각했어. '그래, 고생하면서 닭 키워봐야 별거 아니다. 하루에 꿩 한마리만 잡으면 이보다는 나은 거야' 그 이후로 농사꾼은 닭시육은 집어치우고 돌맹이 하나 들고 매일을 산을 타고 다니지. 꿩을 잡기 위해서. 그런데 아무리 닭대가리보다 못한 꿩대가리라도 던지는 돌에 족족 맞아 죽냐고? 매일매일 허탕인 거지. 그래도 그 농사꾼은 꿩잡기를 포기하지 않았지. 한탕이 있으니까. 몇달이 지나고 한마리의 꿩도 잡지 못한 농사꾼은 집으로 돌아왔어. 그런데 닭장을 보니 다 폐허가 돼 있는 거야. 그간 아무도 돌보지 않았으니 닭장이 온전히 있겠나? 결국 농사꾼은 밑천인 닭사육도 망치고 꿩도 못잡고 완전 망해버린 거지."

 

이야기가 끝날 동안 잠자코 듣던 동생이 한마디 한다. 형의 이 금쪽같은 교훈의 말에 바로 반성의 뜻을 표하고 감화되어야 옳다. 하지만 동생의 답변은 이랬다. "전 꿩을 꼭 잡습니다. 절대 포기 안합니다."

 

 

동생의 꿩을 잡기위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꿩대가리는 아무때나 맞냐고~ 우럭이나 낚자고." 계속되는 형의 회유에도 아랑곳 없이 꿋꿋하게 지깅낚시를 이어가던 중 10월이 되면서 드디어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낚시대를 저킹하는 자세가 완전히 정착이 되면서 멋있어지고 어군탐지기가 없으니 물때와 기상조건에 맞춰 배를 움직여 포인트를 바꾸고 쇠막대기인 메탈지그도 물색과 시기별 어종에 맞게 교체하면서 180도 다른 낚시의 세계가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능성어는 기본이고 참돔에 방어,부시리까지 5분여를 낚시대가 부러질 듯 낚아올리는데(랜딩) 이건 내가봐도 진정 낚시의 신이었다.

 

다시 되찾은 동생의 위엄. 쏨뱅이 열마리를 낚은들 비교가 될까? 동생의 지깅낚시는 그때부터 백발백중이었고 법환포구에는 쇠막대기인 메탈지그를 이용한 낚시에 대한 관심들이 들끓기 시작했다.이쯤 되고보니 또다시 바닥으로 떨어진 형의 입장은 말이 아닌 셈이 됐다.쏨뱅이 포인트와 지깅포인트가 다르다보니 대어를 잡기위한 지깅낚시에서 내가 설 자리는 없어보이고 나도 한 번 그쪽에 발을 들여놔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섰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동생에게 지깅낚시법을 전수 받기로 했다. 어종별로 지그를 구입하고 낚시대를 지깅용으로 바꾸고 릴과 낚시줄 또한 격에 맞는 조합으로 교체했다. 지깅입문은 쉬웠다. 맨땅에 삽 꽂아 미리 우물을 파둔 동생덕이다.

 

 

 

이젠 나도 고등어 미끼를 장만하지 않는다. 대신 낚시 가방에는 인치쿠,타이라바,메탈지그들이 가득하다. 매 출조마다 광어나 참돔, 능성어를 낚아오니 뒤풀이에도 어깨가 들썩여진다. 제사때 제수용으로 쓰라고 참돔 한마리 장인댁에 드리고, 여동생 집에 전해주고, 누구 고마운 분앞으로 능성어 한마리 올려준다. 쏨뱅이 다섯마리 나눠드리던 것이 비할까?

 

동생은 가끔 내게 이야길 한다. "형! 꿩대가리는 아무때나 안맞는다며~" 이런땐 실실 한쪽 입술 삐져올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뱉을 수 밖에.

 

"지깅의 세계로 초대해줘서 고맙다, 동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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