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낚시를 시작하며

산과 들이 좋아 마냥 쏘다니던 3년,

그 산행에서 보이는 야생꽃들에 매료되어 사진에 담기를 3년,

내친 김에 야생화 전문가가 되어볼 요량으로 전문교육을 받고 나름 독학도 하면서 언론사에 기사도 쓰기를 또 3년,

취미랍시고 발내딛고 갈아타기를 근 10년동안 해봤지만 현재 이룬 것이나 남은 것은 하나도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성격이 진득하지 못하고 귀가 얇으니 그저 시류에 밀려 되는대로 시간을 갖다 바쳤으니 말이다.

시간 뿐이겠는가, 히말라야에라도 오를 태세로 온갖 등산장비를 사 모은 게 얼마며, 카메라에 들인 비용, 자연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들인 비용은 또한 얼마인가.

들인 시간이야, 그나마도 없었으면 얼마나 일상이 힘들었을까 생각하고 위안을 하지만 투자했던 그 많은 비용이 허깨비 마냥 사라져 버린 것에는 아직도 마음이 꽤 쓰리다.

 

 

10년의 기간을 두고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하루 3시간씩 10년, 1만시간을 한 분야에 집중하면 탁월한 경지에 이르고 그 분야의 대가가 된다는 법칙이고 나 또한 이러한 법칙을 굳건히 믿고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는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이야기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일을 하라'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라~, 이것이 쉬운 일인 것 같지만 막상 입문하려하면 간단치가 않다.

내가 좋아하는, 가장 자신있는 일이 뭔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전국민을 오로지 하나의 길로만 내모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인지, 평생 돈을 쫓으며 살아야 되는 사회체제의 문제인지 모르지만

이제껏 살아오면서 나의 재능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는 커녕 생각도 못해봤을 터이니 말이다.

그렇게 해서 이것저것에 발 들였다가 아니다 싶어 다른 분야로 바꾸고, 또 아니다 싶어 뒤엎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건 마음이 굳건하지 못하다거나, 의지가 박약한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도대체 찾을 수 없는 자기자신의 취미와 재능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지난해 4월, 직장 발령으로 인한 4년간의 육지생활을 끝내고 제주도 섬으로 돌아왔다.

그냥 돌아오면 좋은데 한 번 떠났던 제주섬은 회사를 그만 두고서야 돌아올 수 있었으니 본의 아니게 제주도 실업률에도 이바지한 셈이다.

 

집에 틀어박혀 있자니 다시 직장을 다니기 전까지는 무언가 할 일이 필요했다.

길게 이어질지 모르는 무료함과 내 자신의 무력감을 해소시킴과 아울러 점점 더 심해질 집안에서의 압박에서 탈출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위의 이야기처럼 무엇을 할 지가 고민이었다.

이쯤의 나이가 되고나면 그래도 최후에는 무언가 남아있을 의미있는 것을 찾아야 되는데 이게 좀처럼 떠오르질 않았다.

 

▲ 법환포구(눈 내린 범섬의 전경)

 

답답함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는 초초감까지 더해지며 근근한 하루하루를 보내다 바다낚시를 생각했다.

태어난 곳이 어촌마을인 서귀포시 법환포구에, 지금까지 아버님께서 어선을 운영하면서 어부일을 이어가고 계시니 낚시가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때고 가능한 일이었다.

 

어릴적부터 간간히 해왔던 바다낚시 경험을 가지고 서둘러 낚시대와 관련장비들을 기본으로 구입하고 낚시를 다니기 시작했다.

날이 좋으면 아버님의 보트를 빌려타고 배낚시를 나가고, 날이 궂어 배를 못띄우는 상황이면 방파제에서 낚시를 했다.

낚는 어종이야 간혹 운 좋게 씨알 작은 능성어나 달고기도 낚아 올리긴 했지만 제주도에선 우럭이라 부르는 쏨뱅이와 역시 어랭이라고 부르는 용치놀래기가 전부였다.

 

쏨뱅이는 회나 매운탕으로, 용치놀래기는 조림용으로 많이 쓴다. 집밥 반찬으로는 안성마춤이고 워낙 흔한 물고기라 허탕치는 법 없이 광주리를 가득 채우고 오니, 낚아온 사람은 보람이 있고 집에서는 그래도 반찬거리를 마련해 오니 극한 환영은 아니어도 타박은 없었다.

뿐만인가?

생각보다 많이 잡힌 날은 이웃집에 나눠주면 돌아오는고마운 인사 또한 바다낚시의 즐거움이었다.

 

▲ 제주도에서 우럭이라 불리는 쏨뱅이

 

그렇게 몇개월 바다낚시를 다니는 동안

바쁜 생활 속에 간간히 가던 낚시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해볼만한 생활이라는 생각과 격한 활동을 좋아하지 않는 나의 성격에 얼추 맞는 취미생활이겠다는 생각이 들어갔다.

거기에다 낚시를 하면서 느끼는 편안함이 가장 좋았다.

바늘에 미끼를 낀후 바닷속에 던져놓고는 낚시대를 슬쩍슬쩍 흔들고만 있으면 입질이 오고 챔질과 같이 느껴지는 묵직한 손맛, 그리고 릴을 감아올려 낚아내는 바닷고기의 생생한 펄떡임.

어찌보면 단순한 행위의 반복이지만 직업으로서의 단순반복이 아닌 이상, 깊거나 어지러운 생각이 필요없는 그야말로 딱 들어맞는 취미임에 틀림이 없었다.

 

▲ 쏨뱅이와 용치놀래기는 한 광주리씩 낚인다.

 

그렇게 봄날에 시작된 낚시는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 계속 이어졌다.

정해놓고 맞춰나가는 것이 아닌,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했던 낚시가 스스로 내 인생 네번째의 취미생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TV시청중 절반은 낚시방송을 보게되고 낚시관련 전문도서들을 한두권 찾아 접하게 되면서

물때인 조석에 대한 지식도 넓히고 수온,해저지형,계절별 어종분포까지, 얇지만 두루두루 익혀가기 시작했다.

 

▲ 동력수상레저조종면허와 해기사 면허를 취득하고는 기상만 좋으면 배낚시가 가능해졌다.

 

그런데 언제나 자유로울 것 같은 배낚시에서도 제약은 있었다.

갯바위낚시에서야 필요없지만 배를 타고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배를 조종할 수 있는 면허가 필요한 것이다.

일반 보트나 배를 조종하기 위해서는 동력수상레저조종면허가, 어선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해기사(소형선박조종사)면허가 필요한데

이게 없이는 배낚시가 원칙적으로 불가한 것이다.(무면허 조종은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간 작은아버님께 조종을 부탁하여 다니던 낚시가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낚시 가자고 툭하면 졸라대는 조카가 귀찮을 것이 사실이었고, 그런 것에 나름 불편한 나는 생필품 위주의 선물공세로 누그려뜨리곤 했었다.

 

낚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두개의 면허가 필요했다.

동력수상레저조종면허만 있어도 배 운행이 가능은 하지만 아버님의 어업허가가 있는 부속선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해기사면허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남는 게 시간이라 도전해보자 하여 등록에, 연수를 거쳐 레저면허를 취득한 후 해기사면허까지 두 달동안 모두 취득을 했다.

마지막으로 작은아버지께 부탁을 해서 조종실무 연수를 받고나니 이젠 아무 제약없이 시간과 기상만 맞으면 됐다.

 

▲ 동생의 지깅낚시 파이팅

 

그러나 낚시 수준은 여전히 쏨뱅이와 용치놀래기를 대상으로한 낚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는 데는 일등인 동생이 있다.

낚시를 시작할 때부터 늘 같이해주었는데, 이 동생이 어느날 부터 이상한 낚시를 시작하는 것이다.

낚시바늘 대신 번쩍이는 쇠때기에 천쪼가리나 고무꼴뚜기를 달고 낚시대를 위아래로 흔들어대면서 낚시를 하는데, 낚이는 고기마다 대어에 고급어종들인 것이다.

물론 낚시때마다 그런 건 아니지만 쏨뱅이는 다반이고 능성어,달고기,붉바리까지 낚아 올리는데 참 신기로울 따름이었다.

그러한 낚시를 두 달정도 하더니 가을이 오면서 이제는 길쭉한 쇠막대기를 달고 횟집에서나 보는 방어,부시리까지 마구마구 낚아내는 것이다.

 

저것을 나도 해볼까?

물론 동생이 지깅낚시라는 그 낚시법을 권하지 않았던건 아니다.

낚시때마다 배워볼 것을 말했지만 번쩍이는 쇠막대기인 메탈지그의 가격에 부담이 되었고 그보다도 고급어종이긴 하지만 한두마리 낚아서야 누구 입에 붙이랴 하고는 들은 척도 안했다.

광주리 분량으로 낚아내는 쏨뱅이와 용치놀래기 낚시가 저장해두었다 먹고 이웃집에까지 선심을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낚시라는 생각에서였다. 

 

▲ 지깅낚시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낚아올린 참돔(1.7kg)

 

그러던 어느날,

동생이 건내주는 메탈지그로 시험삼아 낚시를 하던 중 큼지막한 능성어가 걸려들었다.

그때 그 느낌이란.

낚시대를 타고 전해지는 능성어의 입질과 끌어올리면서 느껴지는 저항의 힘에 완전히 매료돼버렸다.

그날부터 지깅낚시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고 인치쿠,타이라바, 슬로우지깅,라이트지깅까지 개념을 익히기 시작하면서

어느새 나의 낚시장비는 점점 중급자 용으로 업그레이드 되었고 지그 또한 종류별로 가방에 차곡차곡 들어차게 되었다.

 

심심풀이로 시작한 바다낚시,

무료한 시간을 보내자 했던 낚시가 어느새 눈만 뜨면 달려가고 싶은 제일의 취미생활이 되었다.

멀리 돌아온 후 

천천히, 그리고 스스로 내게 스며들어 생활이 돼버린 낚시.

 

▲ 법환포구(막숙포구)

 

장비들로 배가 두둑히 부른 낚시가방을 보며 오늘도 바다기상을 확인한다.

지났지만 기억이 선명한 이야기들까지 엮어서 하나하나 풀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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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5.09.01 21:59 신고

    낚시로 검색하다 우연히 들어오게 되었는데 시간 가는줄 모르고 블로그 글들 잘 읽었습니다. 요즘 로망이 배낚시인데 사시는 모습이 부럽네요. 저도 조그마한 배라도 하나 사서 시작할까 합니다. 배멀미가 심한 편이라 그게 발목을 잡네요

    • 2015.09.02 09:48 신고

      방문과 남겨주신 말씀 고맙습니다.
      블로그를 살펴보니 호주에서 이민생활을 하고 계신군요.
      바다사정이야 호주가 훨씬 더 좋지요.
      10 여년전 호주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 푸르고 넓은 바다를 보면서 참 부러워했었습니다.

      나이들어 했던 일보다 해보지 못한 일에 후회를 한다고 그랬지요.
      당장 시작하시는 게~ ^^
      배멀미는 몇번 타다보면 저절로 적응이 되면서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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